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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관리자2026년 9월 23일조회 59
포도


포도


포도를 마음대로 사 먹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공부할 때였다.


비싼 대학원 학비에 빠듯한 생활비까지,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다.


과일 중에서 포도를 제일 좋아했지만,

그 당시 유난히 비쌌던 포도는

사 먹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제는 제철 포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아니, 제철이 아니더라도

사계절 언제든 포도를 먹을 수 있다.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이 어찌 포도뿐일까.


문득 절친인 정신과 교수 친구가

소주 한잔 기울이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 소주 한잔도 내 환자들의 고통 덕분에 마실 수 있는 거야.

환자분들의 고통이 내게는 생계가 되고 있지.

그러니 이 소주 한잔이 참 감사하네.”


내게도 그러하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들 역시

누군가의 고통과 수고를 통해 얻은 것이다.


오늘 내가 먹는 포도 한 알도

내가 만나는 내담자분들의 고통과,

교육에 참석하시는 분들의 열정으로

사 먹는다.


이렇게 먹고, 마시고, 입으며

살아가는 모든 날이

누군가의 고통과 노고 덕분이니,


이 하루를 어떻게 함부로 살 수 있을까.


귀하고 귀한 시간으로 살아내야 한다.


포도 한 알이

내 입에 오기까지의

그 모든 수고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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