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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의 만남

관리자2026년 6월 5일조회 139
10년간의 만남


지난해 5월

용인으로 연구소가 이전하고 나서

모든 환경이 인천에 있을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지만,

마음에 걸리는 한 사람이 있었다.


거의 10년간 상담을 하고 있던 내담자였다.

인천에 거주하고 계시고

차 운전을 해서 용인까지 오실 수 없기 때문애

당연히 대면으로 상담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인천에 올 때마다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상담을 할만한 장소도 이제 없고

가끔씩 비대면으로 상담을 하기는 했지만,

늘 부족한 마음이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


거의 6개월이상

내담자분을 만나지 못했다.


모두 핑계이겠지만,

일상이 너무 바빠지기도 했고,

인천에 오면

시간을 내고 만날 장소를 찾고

상담을 할 만한

마음의 여유도 그동안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늘 마음속에서는 만나야 하는데.. 만나야 하는데..

아쉬움만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드디어 지난주에 전화를 드렸고,

벨 소리가 한번 울리기도 전에

내담자분이 바로 전화를 받으셨다.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만날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고...


전화를 끊기 전에 내담자분이 한마디 하신다.


"저를 저버리신 줄 알았어요!"


농담처럼 밝게 말씀하셨지만

아마도 진심이였으리라...


"저를 저버리신 줄 알았어요!"


만나자마자 내담자분이 또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먼저 연락도 못하시고,

속으로 이런 저런 감정들로

정말 저버려진 느낌을 받으셨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저를 저버리신 줄 알았어요~"라는 말씀뒤에

이어진 말씀...


"저를 저버리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신기하게 힘이 났어요!

이제 직장생활 시작한지 6개월인데

너무 많이 힘들어서,

퇴근을 하면 그냥 바로 쓰러졌거든요..

그 좋아하던 게임도 6개월간 한번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나서

신기하게 게임을 할 마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 했습니다!"



웃음이 났다.

힘이 나서 게임을 했다니...


무력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심지어 그렇게 즐기던 게임도 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게임을 했다는 말을 너무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내담자.


그리고 또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그동안 제가 유일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분인데,

용인으로 이사를 하시고 나서는

사실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버려진 느낌이 들었나봅니다."


그렇게 속내를 솔직하게 나누어 주는 내담자분의 진솔함에

나는 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진솔함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를 만났던 10년전 어느 날이 떠오른다.

온통 긴장과 경계로 가득찼던 그날


상담을 시작하고 몇년간 내내

그의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 두려움이였으니까..


그날을 떠올리면,

느꼈던 아쉬움을 이렇게 표현해주는 모습이

여유로움을 넘어서

자신감으로까지 느껴진다.



10년쯤 만났으면,

사실 '가족'이나 다름없다.


내담자만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나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으니까.



누구와

이렇게 꾸준히 만나

자신의 삶과

누구에게도 나누지 않은

깊은 속내를 내어 놓을까...


10년의 시간동안

강산만 바뀐 것이 아니라,

내담자도 나도 바뀐 것이 분명하다.



내담자분이 느끼는 나의 존재감보다

사실

내가 느끼는 내담자분의 존재감이 훨씬 크다.



게임을 넘어서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제안과 함께


일주일에 한편 글쓰기,

가장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적어보라는

숙제를 내드리고

2시간만에 다음 약속을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다.



상담을 통해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삶...

함께 치유하고 성장하는 깊은 나눔과 만남의 자리..



겸손해질 수 밖에 없는

이 만남과 나눔의 자리를

나는 감히

'소명'이라 말하고 싶다.


이 '소명'을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저버리지 않기를

다짐하는 오늘,


저버려졌다고 느끼고 계신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한분 한분

떠올려 봐야겠다.


(Written by Mira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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